휴가 중 이틀을 집에서 차분히 보내야 했던 나는 모처럼 소설책이나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책상 위를 떠돌던 것이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와 파울로 코엘료의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였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두 권의 책은 휴가에 잘 어울릴 법한 내용을 담고 있었으며, 또한 우화집이라고 해야 할 만큼 적절한 난이도 - 두 권 모두 두 시간이면 독파가능 - 였기에 이 더위에 더욱 반가웠는지 모른다.
“공중그네”는 정신과 의사 이라부가 강박증에 걸린 여러 환자들을 치료하는 에피소드를 엮은 책이며, “베로니카…”는 자살기도한 베로니카가 정신병동에서 자아를 되찾고 일상으로 다시 탈출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두 권의 소재가 모두 현대인의 정신건강이다. 오늘의 휴가와 주말의 재충전이 왜 필요한가. 다 먹고 살기 과정에서 심신에 누적되는 스트레스 때문이 아니던가.
“공중그네”에 등장하는 뾰족한 물건을 두려워하게 된 잘나가던 야쿠자, 공중그네를 못 타게 된 일류 곡예사, 1루 송구가 안되는 골든글로브의 3루수 들은 모두 자신만의 강박관념이 축적된 상태이다. 자신들도 모르던 강박관념이 엉뚱한 증세로 표출되어 삶에 많은 지장을 받게 된 것인데, 이를 치료하는 것은 비타민 주사만 놓아대는 이라부의 선문답과 경쾌한 장난이다.
베로니카가 수감된 정신병동 빌레트의 이고르 박사는 현실이란 그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것이라고 여기는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는다. 그 법칙을 어기면 미친 사람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의지상실 병에 걸려 열정, 사랑, 욕망이 모두 소실되어 살고 싶지도 죽고 싶지도 않게 되는데, 박사는 그에 대한 해독약으로써 죽음에 대한 자각을 베로니카에 제공하여 그녀로 하여금 진정한 자아를 상기하고 삶으로 복귀하게 만든다.
꽁트처럼 가벼운 형식과 내용들이지만 그래도 한 번 쯤 곰씹어볼 만 한 대목이 있는 편안한 두 권이다. 내는 책마다 베스트셀러에 올리는 오쿠다 히데오, 파울로 코엘료 두 사람의 작품이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보다 복잡한 내용은 도저히 읽을 수 없는 우리 현대인들의 습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현명한 작가들임을 작품에서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세계평화라는 핑계를 바쁘게 들이대며 자신의 우울하고 지루한 삶을 감추어보지만, 돌아보자니 살면서 타인과 이 우주에 별로 기여했던 바도 잘 없지 않던가. 지금 내 마음은 어떠하며, 무엇이 내 마음을 이곳으로 흐르게 만들었는가. 늘 정답은 멀리 있지 않았던 것 같다. “진정한 자아? 사람들이 당신이라고 여기는 것이 아니라 바로 당신!” - ‘베로니카…’ 에서
덧. 휴가는 이렇게 저렇게 끝이 났고, 만성적인 아메르로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주말이 날아가는 것을 목도하고 있는 토요일이다.
- 공중그네 ; “인생, 길지 않다. 지금 당장 내뱉어야 할 걸 쏟아내지 못하면.” “그래도 원인만 알아내면 그 다음은 간단해. 원인을 없애버리면 되니까.”
-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 만성적인 아메르는 일 주일에 단 한 번, 일요일 오후에만 자신이 병자라는 사실을 의식했다. 이 시간대에는 자신의 증상을 잊게 해 줄 일이나 일상적인 잡사가 없기 때문에, 그는 그때에야 뭔가 정상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월요일이 되면,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느니 주말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느니 불평을 늘어놓으면서, 자신의 증상을 곧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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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Comments feed for this article
September 1st, 2007 at 2:05 pm
이전구
‘이랜드 반대’에 동참했습니다. ^^
September 1st, 2007 at 4:59 pm
케이제이
블로그도 깔끔하게 리뉴얼하더니, 옆에 배너를 달았구나. 이 곳이 “동참”이란 말을 들을 곳은 아니다. 나는 그저 트래픽도 변변찮은 내 페이지에서조차 아무 성명도 내놓지 않은 채 조그맣게 달아두어 보았을 뿐. 혹 어딘가에 도움이 될까 하는 공상의 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