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ously… on Prison Break”,
매 에피소드를 시작할 때마다 나오는 석호필의 감미로운 주문에 걸리면, 50분의 시간 동안 죄수, 도망자가 된 채 다른 아무 것도 생각할 겨를이 없다. 이러한 흡입력과 박진감이야말로 “프렌즈”와 “섹스&시티”로 대표되는 미국 드라마 - 이하 “미드” - 선교사들의 시대를 계승하는 21C 미드중흥기의 선봉, “프리즌 브레이크”의 힘인 것이다.

최근 더욱 넘쳐나는 미드의 압박을 애써 모른 척 하고 지내던 내게 “프리즌 브레이크”의 발단은 하나TV였다. 하나TV에서 볼 수 있다기에 무심코 부담없이 틀어보았던 1회였으나, 2회부터는 몇백원씩 PPV - pay per view - 였다. 거기에 트렌드 파악을 위해 서너 편만 챙겨본다던 것이 두 달에 걸쳐 시즌 1,2 각 22편 씩을 완주하고 말았다.

나도 일찍 접한 편이 아니었으나, 마침 회사 팀원들 몇도 그즈음 보기 시작하여 더욱 집중해서 보지 않았나 싶다.[요즘 회사에서는 Y대리와 함께 사내직원-등장인물 닮은꼴 찾기 놀이에 몰두] 나는 한 주에 5~7편 정도 소화했는데, 이는 결코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내 주말의 휴식을 잠식하기엔 충분하게 많은 물량이었다. 가을부터 시즌 3가 계속된다고 하는데, 결코 의도하지 않았던 이번 경우를 참고하여 절대로 다른 미드는 추가로 보지 않으려는 것이 내 정책이다? 특히 시즌이 6개씩이나 되는 “24″ 이런 것들 말이다.

극 초반의 설정 단계에서 스토리 구성은 다소 무리가 없지 않지만, 한 번 머리 속에 이 드라마의 갈등구조가 들어서고 나면[Fox River 교도소 안에 머리가 갇힌 후엔?] 시청자는 석호필 - 주인공 Scofield의 한국어 가차 - 과 고민, 사고구조가 같아진다. 그래, 알면서도 속아보는 것? 인생, 즉 드라마이지 않았던가. 푸른눈의 현자, 석호필은 감옥까지 들어가 에너지 재벌, The Company의 억울한 음모에 빠진 형을 구해낸다. 시즌1은 탈옥을, 시즌2는 도주를 다루고 있다.

치밀한 불굴의 탈옥을 지나, 잡힐 듯 안 잡힐 듯 도주까지, 드라마는 44편 내내 긴장을 잃지 않고 복선을 즐기며 굵직하고 촘촘한 서사를 이끌고 간다. 한국 드라마 제작시스템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용두사미가 아쉬운 “쩐의전쟁”과 대비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프리즌 브레이크”는 3편의 암시가 15편쯤에서 밝혀지는 재미들이 빈번하나, “쩐의전쟁”은 스토리가 바로 전편과도 유기적으로 조직되어 있지 않았다.

“프리즌 브레이크”의 시사점이 무엇일까. 이 세계는 치밀하지만, 동시에 치밀하지 않다가 아닐까? 회를 거듭할 수록 개인과 빅브라더인 에너지 재벌과의 대결이라는 큰 주제를 밝혀가는 이 드라마에서의 세계는 매우 치밀하다. 대통령 따위 아무것도 아닌 그들은 세계의 모든 것들을 조종할 수 있기에 아무렇지도 않게 무고한 사람을 전기의자에 앉힐 수도 있다. 그런 막강한 그들을 온몸으로 이겨내는 버로우즈 형제는 감옥에서도 탈출하고, 지명수배자인 채 미국을 자동차여행하는 아이러니인 것이다. 세상은 정말 학교에서 배운 대로만 되어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석호필은 이야기한다.
Just have some faith, and believe that you can make it.

plan

우리는 자신의 집에서도 때때로 Prison break - 탈옥 - 를 꿈꾼다. 이것저것에 억눌려 숨이 항상 가쁜 우리는 아무런 종이학 - crane? - 도 접지 못한다. 매트릭스 속의 에너지 공급원으로 전락한 것처럼, 톱니바퀴 속에서 우리가 누구인지, 또 누구였는지 찾지 못한다. 이 형제를 보라. 그저 약간의 믿음을 가졌을 뿐이다. 그런 얘기도 있지 않은가, It’s all easier than it seems…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았다던 선비, 그가 바로 석호필인 것이다.

44편을 다 돌려봐도 “쑈생크 탈출”처럼 해변에서의 시원한 재회가 없는 이 길고 무거운 드라마 - 더구나 종영도 하지 않은 - 를 모두에게 권하고 싶지는 않다. 그럼에도 한 번 쯤 버로우즈 형제의 고민을 이해하려는 - 이 시청률 열풍을 이해하려는 - 시도가 헛되다고는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

아, 석호필은 카이지의 이 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100% 이기도록은 꾸밀 수가 없어. 날아오르지 않으면 안돼.
이론으로 모든 걸 메울 수는 없어.

그것은 바로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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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J ★★★★☆, C ★★☆ )

※. Prison Break OST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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