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미래 - 8점
앨빈 토플러 지음, 김중웅 옮김/청림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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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책의 두께부터 만만찮은 토플러의 신간, “부의 미래”를 몇 달에 걸쳐 완독하였다. 내 게으름 때문이 크겠으나, “제3의 물결” 개정증보판 같은 “부의 미래”가 그다지 새로운 이야기들을 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트렌드, 미래에 대한 책을 열독하는 것은 한편으로 답답해 보이기 쉬운 노릇인데, 이는 그러한 책이 다 쓰여질 때 쯤이면 그 트렌드가 벌써 역사가 되어버리는 현대의 빠른 변화 속도 탓이라 하겠다. 토플러 박사께서 그러한 필연적인 문제점을 두툼한 분량으로 승부하려는 것은 아니었는지 의심스러운데, 이는 트레일러 필름 서사, 인스턴트 메시징에 익숙한 우리들에겐 실로 괴로운 노릇이다. 아마 부의 미래에 한 몫 할 이들은 이 책을 끝까지 읽고 있지 않을 것이다.[아, 그럼 나는?]

원제는 “Revolutionary Wealth”인데, Wealth가 부(富)로 번역된 것은 출판사의 센스가 작용한 덕분이다. 이 책에서의 Wealth는 재화의 생산 및 유통과 이를 둘러싼 총체적 문화현상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미래에 돈 버는 방법으로서 이 책을 일독하기란 1차적으로는 실패다.

그의 사관에 따르면, Wealth는 1차 농경 물결, 2차 산업 물결을 거쳐, 3차 물결을 맞이하였다. 이 3차 물결의 기반(fundamental)이 시간, 공간, 지식이다. 인터넷 기술과 신자유주의의 물결을 맞이하여 시간과 공간은 매뉴팩처 시대의 그것과 그 관리체계의 붕괴를 겪으며, 지식은 본격적인 생산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부 자체로 귀결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프로슈밍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으나, 다만 그 가능성을 점치는 데에 그치고 있는 수준이다.

군더더기 없는 명쾌한 논의이기보다는 중언부언과 그리 신선하지 않은 사례들을 나열하는 데 그쳐 토플러 박사의 ‘생각의 속도’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더하여 안타까웠던 것은 미국에 대한 옹호와 애정이 곳곳에 나타나는 점이다. 전지구적 반미의 시시비비 문제를 떠나 책에서 미국을 옹호하는 부분들을 읽을 때는 토플러 박사의 남루한 내음마저 느껴지는 듯 했다. 얼마 전, 제레미 리프킨의 “유러피언 드림”을 읽어서 더욱 그렇게 느껴졌을지 모르겠으나, 리프킨 박사의 저술이나 사관이 아무래도 비교우위라는 결론이다.

“부의 미래” 이 두꺼운 책에 애석하게도 미래에 돈을 버는 방법은 바로 나와있지 않다. 그럼에도 이러한 책들과 공감할 수 있는 정도는 되어야 미래에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미래가 궁금하다면, 우선 자신이 과연 현재와 과거는 알고 있는지부터 점검하여야 한다. 그러한 경우에 어쩌면 이러한 책들이 도움이 된다. 두껍거나, 너무 최신일 필요도 없다. 빌 게이츠의 “생각의 속도”, 제레미 리프킨의 “소유의 종말”(the Age of Access)을 권한다. [”부의 미래”, “유러피언 드림” 둘 다 지나치게 두껍다.]

위처럼 볼멘소리를 늘어놓았지만, 나를 비롯하여 남녀노소 많은 분들이 이 무거운 책을 끙끙거리며 지하철에서 들고 나르는 것을 보면서 토플러 박사의 실력을 재확인했다. 같은 이야기도 누가 하느냐가 중요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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