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적으로 2006 월드컵 마지막 게임이 되어버린 - 다른 게임들은 보지도 않을거니까?! - 한국 대 스위스전을 어떻게 볼까 고민하던 금요일 오후에 K 과장님으로부터 아래와 같은 ‘멤바’를 수소문하는 사내 메일을 받고야 말았다. 마침 방화의 J 대리님 댁이 비었나보다.

“경기 응원전에 간단한 게임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게임이 가능하신 분들께만 수요조사 합니다. 가능한 전원 참석 하셔야만 공동 응원이 진행될 수 있음을 인지하시고 적극적인 참여 부탁드립니다. 실적이 좋지 않아 회사분위기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아니니 XXXX팀과 XXXX팀의 공동 응원전이 다른 분들께 알려지지 않고 조용히 진행되었으면 합니다.”

여기서 ‘간단한 게임’이란, 결코 간단하지 않은 게임으로서, 그림과 무늬가 그려진 카드로 하는 노름, 즉, 포커인 것이다. 평소 교류가 깊은 두 팀의 포커 가능자에게만 발송된 메일이고, 그러한 와중에도 회사의 안위를 걱정하는 K 과장님의 깊은 배려가 행간에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전원 참석이 뚜렷이 강조된 대목은 적어도 6명은 맞추어야 패를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는 6명이 결의를 하였으나 결국 전장에 출두한 것은 밀린 설겆이와 아기 목욕까지 해치운 연후에 차를 몰고 달려온 K 과장님까지 네 명. ‘간단한 게임’에 대한 포기 여론이 일기도 하였으나 새벽 4시까지는 너무 멀었다. 그리하여 도입된 게임은 “동물고스톱”이었다.

포커도 “하이-로우”를 쳐 버릇 하면 “세븐-오디”는 너무 진지해서 안 치게 되는 것처럼, “동물고스톱”도 한 번 치고 나면 일반 고스톱은 지루해서 못 치게 된다. 올해 초에 합쳐진 T사 멤버들로부터 전수받은 “동물고스톱”의 놀이 방법은 다음과 같다. 한 판의 시작과 끝은 일반적인 고스톱 게임과 다름없이 진행하나, “돼지먹기”처럼 별도 진행이 더해진다. 껍데기에 들어있는 동물들을 다섯 마리 모으면, 다섯 마리부터 하나씩 추가될 때마다 천원씩 받을 수 있다. 동물을 모으지 못한 참여자는 “동물박”이라 하여 두 배로 주어야 한다. “동물고스톱”에서 ‘고도리’는 더욱 바람직한 족보가 된다. 동물이 2에 한 마리, 4에 한 마리, 8에 세 마리로 바로 천원 씩을 받을 수 있게 되며, 약 자체가 5점으로 게임을 세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게임에 왜곡이 일어난다. 나비가 두 마리 들어있는 6 껍데기를 함부로 못 버린다던지, 8의 세 마리는 똥쌍피보다 더 큰 인기를 구가한다. 그러한 왜곡 덕분인지 몰라도 한 쪽으로 심하게 몰려가는 게임이 적어진다는 것이 임상결과이다.

인건비라도 챙겨보기 위해 4시까지 열심히 치다보니, 축구 볼 때는 또 졸고 말았다. 축구에 대해서는 당분간 더 이야기할 일이 없을 것 같아 어쩐지 편한 새벽의 차분한 귀가길이었다. 진지한 누군가는 또 K-League를 봐야한다고 말하겠지. 그래요, 근데 우리 축구 꼭 좋아해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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