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어팸리트러디션은 지난 주 모처럼 찾은 경마장에서 쌍승식의 기쁨을 누리게 해 준 녀석이다. 3분만에 1.2배부터 100배 넘게까지 결정짓는 경주의 시작과 끝, 왜 그곳은 주식시장을 압축시켜 놓은 것 같은지, 그리고 갈 때마다 아리송한 베팅 방법은 대체 어떠한지 남겨두고자 한다.
경마장에서 경주를 즐기는 프로세스는 크게 3단계이다. 우선 마필들의 몸 상태를 근거리에서 눈으로 확인하고, 베팅하고, 경주가 끝난 후 배당금액을 정산받으면 된다. 대경기장(?) 바깥에 위치한 작은 원형 관람대에서 레이스에 임하는 말들과 기수들을 살필 수 있다. 본다고 알겠냐마는 통계와 자신의 눈썰미를 넘나드는 묘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주로 한 마필이 확실하고, 나머지 한 마리를 결정지을 예측치들이 혼선일 때, 언제 생겼는지 모를 자신만의 마상 보는 법이 괜한(!) 참고가 된다.
베팅은 크게 단승식, 연승식, 복승식, 쌍승식 등이 있다. 단승식은 베팅마가 1등하면 받고, 연승식은 베팅마가 순위권에 들면 된다. 당연히, 단승식과 연승식은 유력마들의 배당금이 낮고, 비추마들이 배당이 높게 결정되는데, 다른 베팅법에 비하면 별로 재미있는 조건은 아니다. 역시 소문난 재미는 복승식/쌍승식! 복승식은 누가 누가 1,2등 안에 들어올지, 쌍승식은 1등은 누가, 2등은 누가를 예측하는 것이다. 쌍승식이 복승식에 비해 큰 의미가 없는 이유는 예상치 못한 복승식이 터졌다면, 이미 그 자체로 배당액이 높기가 쉽기 때문이다. 쌍승식은 우승이 유력한 말들이 1,2위를 차례로 무난히 달성할 경우, 복승식보다 조금 더 나은 배당을 받는 때에 의미 있어 보인다. 자세한 베팅 벙법은 관람대(경기장) 앞에 초보경마실이 있는데 그곳에 비치된 브로슈어를 참고하면 쉽게 OMR카드 사용법까지 알 수 있다.
경마공원 역에 내리면, 들어가는 길에 과감하게 1천원을 주고 “에이스경마” - 요즘 잘 나간다고 함 - 를 산다. 잘은 모르지만, 괜히 4~5천짜리 살 필요 없다. 천원 짜리 정도면 정보량은 충분해 보이고, 설령 아깝다고 해도 그 정도 부대비용은 지불해야 야바위도 구경하는 법이다. 모든 경주에 출전하는 각 마필에 관련하여 100여가지의 통계 자료를 보여주며, 애널리스트(?)들의 친절한 예상도 곁들여져 있다. 애널리스트들이 뽑은 유력마들을 눈으로 살피며, 두 마리 정도를 골라라. 경마장의 배당도 남들이 없는 곳으로 가야 높아지는 법, 유력마들에게 걸어 1.4배, 2배 따서는 진지한 돈놀이를 할 것이면 모를까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하니, 한 마리는 유력마로, 한 마리는 자신만의 다크호스를 정해 그에 걸어보는 것이 내가 보기엔 즐거운 베팅이다. - 두 마리 다 유력마에 거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이야기한다면 물론 동의! 그야말로 확률에 기대는 진지한 돈놀이.
주말에만 열리는 3분짜리 주식시장이다. 기술적 분석이라는 환상, 수십수백 가지의 매도/매수신호들과 말들마다 갖고있는 100여가지의 통계자료는 참 닮아있다. 블루칩(유력마)에 베팅하면 리스크는 적지만, 작은 수익이라도 만들 확률이 높다. 처음에 주식을 시작할 땐 신문 보며 조심조심 했는데, 여러 번 드나들다 결국 자신만이 아는 마필에 자신의 모든 재화를 맡기는 순간, 당신의 경제적 안정은 결코 어디에도 없다. 주식시장도 터무니 없는 경우 많지만, 내가 경마장을 처음 접했을 때 놀란 것은 확률을 기대할 수 없는 도박 구조였다. 7번말이 기분 좋아 갑자기 잘 뛰었다고 설명해도 플레이어는 그러려니 할 수 밖에 없다. 세상에서 제일 무섭고도 공정한 도박은 짝-홀, 1/2게임이다.
그럼에도 승부의 분수령인 마지막 코너를 돌았을 때, 내 돈을 싣고 나만큼이나 열심히 달려주고 있는 녀석을 보면서 오늘도 끝없는 경주 한 가운데, 하루하루를 견디는 우리를 다시 생각함이다. 5월이다, 다시 한 번 달려보자, 잇어팸리트러디션!
덧. “싸이버스타”가 50만원을 싣고 오다가 마지막 코너에서 뒤집어지고 말았다.
덧 둘. 잇어팸리트러디션 ( http://www.kra.co.kr/race/seoul/horseinfo_profile.jsp )
- 550kg짜리 다소 덩치가 크고 풍채가 좋았는데, 작년 10월부터 한 번도 우승한 적이 없다, 다만 복승률 21.4%, 괜히 정이 더 가는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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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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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3rd, 2006 at 8:44 am
이전구
조교를 보면서, 꼴등할 말은 알아볼 수 있을듯도 싶더라구요. 하지만 일등말을 점찍기에는 아직 내공부족! 그리고 기수가 레이스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 부분 있으니, 말을 보는 능력만으로도 부족한 구석이 있지요.
경마장의 교훈 “천리마는 언제나 있지만, 백락이 늘 있는 것은 아니다.”랄까? ㅋ
May 3rd, 2006 at 1:15 pm
케이제이
희진이가 잘 타더라.. –; 말과 관련한 통계에는 기수 정보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음, 심도있게는 기수와 말의 호흡 맞춘 전적까지 기록으로 남아있는 듯. 어려워, 역시 경마도 사람이 하는 일이란 말인가.
천리마와 백락을 경마장에서 떠올린다면, 자신의 능력을 알아보는 만큼 일하게 된다라는 것은 나의 변이오, 빨리 백락을 만나 세상을 휩쓸길 바란다는 것이 네 변이라고 감히 생각해본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