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네오: 이별의 이유는 여러가지였지만… 아니, 사실은 한 가지다! 내가 도망친 것이다.

영화가 두 시간 동안 보여주는 내용은 한 남자가 장애인 여자와 1년여 사귀다 결국 도망치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대한 입소문은 끊이질 않고 있으며, 좋은 평들이 넘쳐난다. 이는 영화가 우리들 - 여자가 장애인이라는 설정이 약간 헷갈리게 하겠지만 - 이 만나고 헤어지는 일반적인 과정을 진실하게 담아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각자가 겪으며 가슴 속에 품어둔 자신의 사랑을 이 영화 위에 마음껏 투영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억지스럽지 않으면서도 씩씩한 둘의 모습들 - 특히 조제의 - 이 쓸쓸한 심사를 달래주고 있다.

조제: 결혼? 바보냐? 그게 가능하겠냐? 얼라들이 뭘 안다고 저러는지…

그들은 함께 1년의 세월을 보낸다. 끝내 세상의 고정관념을 넘어서지 못한 - 못할 - 츠네오는 그녀를 집안에 인사시키는데 주저하며 머뭇거린다. 그런 눈치를 챈 그녀는 그에게 바다로 떠나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그들은 그녀가 제안한 ‘세상에서 제일 야한 짓’(?)을 하고 돌아와 이별을 맞이한다.

언제인가 그대는 그 남자를 사랑하지 않게 될거야,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그대를 사랑하지 않게 되겠지. 우리는 또 다시 고독하게 되겠지. 그렇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없어. 거기엔 또 다시 흘러가버릴 1년이란 세월이 있을 뿐이지.

- 사강, ‘1년 후’ 中

그들은 쉽지않은 사랑을 치렀고, 조금씩 성장하여 그들의 제자리로 돌아갔다.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보이니 정말 ‘1년이 흘러가버린’ 결과만 남은걸까? 두 사람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힘든 사랑을 시작한 츠네오의 용기, 이별도 괜찮다는 조제의 꿋꿋함, 억지로 ‘사랑’이란 미명을 지속시키지 않은 두 사람의 솔직함이지 않았을까. 그렇기에 그저 ‘흘러가버린 1년’이 아닌 ‘한 바퀴 돌고나서 다른 제자리’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 츠네오가 나쁜가? 장애인을 버려서 나쁜건가? 우리를 보자, 장애인이라는 이유는 차라리 정직할지 모르겠다. 그런 그들이 함께 보낸 1년은 충분히 신나고 아름다웠던 것, 짧게나마 함께 걸을 수 있었던 시간들에 가슴이 벅차오른다면 ‘그것도 괜찮아!’ ‘영원한 사랑’ 같은 거창하고도 원대하며 진지한 고민은 잘 모르겠으니까.

모두에게 또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 러브 액추얼리 같은 환타지 - 그것도 충분한 의미는 있겠지만 - 에 허튼 위로 받고싶지 않은 이에게 강추!

있지..

-뭐?

눈 감아 봐 뭐가 보여?

-아무것도..깜깜해!

그곳이 옛날에 내가 있었던 곳이야

-어디가?

깊고 깊은 바다 밑바닥…난 그곳에서 헤엄쳐 올라온 거야

-뭐 때문에?

자기랑 이 세상에서 제일 야한 짓을 하려고!

-그렇구나…조제는 해저에서 살고 있었구나!

그곳에는 빛도 소리도 없고 바람도 불지 않고 비도 내리지 않아 너무도 고요해..

-외롭겠다!

그다지 외롭지는 않아 애초부터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단지 아주 천천히…시간이 흘러갈 뿐이지

난 두 번 다시 그곳으로는 돌아갈 수 없겠지

언젠가 자기가 없어지게 되면…미아가 된 조개껍데기처럼…혼자서 바다 밑을 데굴데굴 굴러다니게 되겠지

하지만…그것도 괜찮아!

아, 조제와 츠네오 이야기에서 치명적인 고민 한 가지를 빠트릴 뻔했다.

츠네오: 헤어지고도 친구가 될 수 있는 종류의 여자도 있지만 조제는 다르다. 내가 조제를 만날 일은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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