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나 좋아하는 이나영이 출연하는 작품인만큼, 그리고 비교적 좋아하는 편에 속하는 장진 감독의 작품이었던고로, 영화관에서 챙겨보려 했으나 이런저런 불상사들로 인하여 오늘에야 집에서 접하게 되었다.

내 기대가 너무 많았을까? 영화는 이나영 들이대기와 장진의 ‘썰렁한’ 유머 말고는 전개를 끌어갈 힘이 없어 보였다. 로맨틱 코메디의 일종(?)이라고 보아주기엔 둘의 로맨스가 너무나 평면적이다. 영화는 아리따운 스토커 이나영이 시한부로 오진당한 정재영의 삶 속으로 들어오게 되고, 결국 정재영이 그녀를 받아들이는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는다. 정재영은 자신에게 임박한 죽음 말고는 아무것도 고민할 수 없으며,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그는 영화 내내 평면적으로 굴다가 마지막에야 ‘사랑할 수 있는 자신’을 깨닫고 이나영을 향해 전봇대 불 튀기며 달려가는 멋쩍은 캐릭터에 그치고 만다. 영화는 액자식 구성으로 안에 다른 영화 한 편을 안고 있다. 전형적 연애영화들을 조롱하는 ‘영화 속 영화’는 장난이 쓸데없이 많으며, 그러한 자신은 얼마나 참신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장진 감독이 관객들에게 던지고 싶었던 연애학 개론은 ‘그냥 사랑하면 사랑’, ‘만나서 이름 묻고, 취미 묻고, 혈액형 물어가는 사랑’의 풋풋함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후자의 이야기엔 나도 크게 동의할 수 있겠으나, 감독은 그 이야기를 담아내기에 부적절한 장치와 소재들을 사용하였다. 영화에 녹아들지 못하는 이나영의 ‘전경’ 캐릭터와 ‘장진식 유머’라는 억지 우스개들은 분명 모두 따로 놀고 있으며, 영화의 마지막 ‘연애학 개론 플래시백 시간’은 매우 부담스럽다. ‘장진 영화’라는 장르의 구축이 회자되는 만큼 연출가 장진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장진이 ‘장진식 유머’라는 아첨에 도취되진 않았는지 염려스러우며, 연극계 출신이라는 양날의 검이 언제까지 안전할지 알 수 없다.

장진도 이나영을 염두에 두고 썼다는만큼, 이나영의 화력은 역시나 손색이 없다. 하지만 이나 보다 이쁘게 이나영을 잡아내는 데에 성공하는 것 같지 않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그럼에도 그나마 이나영이 아니었다면 이 영화를 끝까지 보기 어렵지 않았을까 의심을 떨칠 수 없다. 스토커에 대한 [결코 만만치 않은] 고민과 문제의식도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한 번도 의심당하지 않는다. 자, 문제는 간단하다! 이나영 같은 스토커를 누가 마다하겠는가?!

치성: 내가 왜 좋아요?
이연: 몰라요, 너무 오래돼서 까먹었어요.

Local Tags: romance
technorati logo Technorati Tags:

[Related Posts] No related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