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봤겠는가? 당연히 ‘세계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제니퍼 애니스톤 탓일 공산이 크다. 그리고 ‘킬빌 vol.2′를 e-Donkey로 구하다 덜컥 놀란 가슴 탓에 새로운 영화 구하기도 신통치 않았던 때문이다. 하필 두번째 CD, 거의 다 받았는데, 우울하게 CANCEL을 눌러야하다니. [사실 너무 미국적으로 생긴 제니퍼 애니스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영화는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의 벤 스틸러가 또 ‘특별한’ 레이첼을 만나서, ‘미트 패어런츠’ 같은 작품들 근근히 찍는 ‘존 햄버그’ 감독과 작업한 로맨틱 코미디이다. 오직 제니퍼 애니스톤 장사 맞다. 꿀꿀한 날에는 선남선녀가 연애하는 영화 보는 것이 위로가 제법 되는 편이다, 어이없게도.
결혼에 어이없게 실패한 결벽주의자, 보험애널리스트인 스틸러가 중학동창인, 자유분방의 히피 여인 애니스톤을 만나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다. 배경은 늘 괜히 사랑스러운 ‘뉴욕’이고, 보험애널리스트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것이 흥미롭다. 배우자를 고려할 때도 자신만의 리스크 관리 프로그램[갖고싶더라.]을 돌려야하고, “출근길 차에 치일 확율은 0.013%” 따위를 외우고 다니는 계산쟁이. 덕분에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버렸다. 이에 비해, 살사와 인도 음식, 유목 생활을 즐기는 웨이트리스 애니스톤은 그런 고지식한 그가 딱하기만 하다.
둘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일어나는 변화가 재미있다. 물론 스틸러가 살사댄스도 열심히 배우고, 바닥에 떨어진 과자를 주워먹으며 그녀에게 마지막 구애를 하는 것이 클라이막스일만큼, 인물의 변화는 스틸러에게 쏠려 있지만, 애니스톤에게 일어나는 변화도 만만치 않다. 디지털과 기계라면 질색인 그녀가 ‘열쇠찾기’(Keyfinder - 호출기능? 우리집 리모콘에도 달아주길.)를 일상 곳곳에 사용하게 되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랑이란 어쩌면 서로 주파수를 맞춰가는 과정이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이 영화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은 마음은 없다. 우선 비슷한 소재를 다루는 영화들인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완성도에 어림 없으며, 특히 최근(?) ‘Anger Management’보다 맛깔스러움도 훨씬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담 샌들러, 잭 니콜슨이 하모니를 이룬 ‘Anger Management’ 쪽이 자기도 모르게 소심쟁이가 되어버린 도시인들에게 울릴 반향이 크겠으며, 말그대로 더 ‘코믹’하기 때문이다. 대신 이쪽은 제니퍼 애니스톤이 애쓰는 정도? 아쉽지만, 지루한 일요일 오후에도 많이 부족한 수준이다.
- 명대사라면?
“미국인 6명 중 1명꼴로 소변 보고 손을 안 씻으므로 하루 230명이 출입하는 술집에서 서비스로 주는 땅콩엔 적어도 39명의 오줌 묻은 손이 닿았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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